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9일 개최한 제2회 2026 판다포럼 패널토의에서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 교수는 지정학적 위기와 통상 마찰 심화 속에서 도내 중소기업이 취해야 할 생존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글로벌 경제 환경을 과거의 1970년대 오일쇼크나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복합 위기'로 진단하며,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선 기업 차원의 '적응'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경제적 요인과 비경제적 요인이 얽혀 전체보다 더 큰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작금의 복합 위기 상황에서는 대기업조차 완벽한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거대한 위기 흐름에 무리하게 맞서기보다는 순응하며 살아남는 적응력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역설적으로 한국의 무역 수출이 역대 최고치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현상을 언급하며, 전체적인 위기 속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튈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므로 각 기업은 수입과 수출 등 각자의 입장에 맞는 '필살기'를 마련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교수는 중동 위기와 더불어 심화하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핵심원자재법, 포장재 규제(PPWR) 등 수십 개의 무역 규제를 쏟아내고 있음을 언급하며,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이는 거대한 장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우회 수출과 원산지 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제3국에서 조달하는 원자재의 출처나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공급 기업에 중국 자본이 개입되어 있는지 등을 가공 단계별로 철저히 파악해야 미국의 무역 제재 타깃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김 교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오랜 거래처(절친)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씀씀이를 줄이며 내실을 다지는 '절제'의 경영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무역협회나,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운영하는 통상 리스크 정보 센터를 적극 활용해 불확실성을 피해 갈 수 있는 안전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패널토의 후반부에는 공급망 다변화와 관련한 실무적인 조언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는 10~20% 수준에서 인공지능(AI)이나 공공기관의 플랫폼을 활용해 단계적인 신규 공급망 확보를 시도할 것을 권했다. 거시적 차원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약화된 상황에서 동남아시아 진출 시 누적 원산지 기준을 유리하게 적용받고 완충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신규 공급망 개척을 위한 계약 체결 시 반드시 '불가항력 조항(Force Majeure)'과 중재 조건을 명시할 것을 실무 팁으로 강조했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기업이 치명적인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 상태에서 조금씩 다음 단계의 시장과 공급망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복합 위기를 뚫고 나가는 가장 현명한 적응 방법이라고 조언하며 발언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