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평가받아 온 판교테크노밸리가 지난 10월 29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경기스타트업캠퍼스 2층 더링크에서 ‘2025 판교 글로벌 미디어 밋업(Pangyo Global Media Meet Up)’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주관해 진행됐으며, 판교에 자리 잡은 혁신 기업들이 프랑스, 대만, 중동 지역의 유력 기술·스타트업 미디어를 직접 만나 자사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고, 동시에 판교라는 지역 브랜드의 가치를 해외에 알릴 수 있도록 설계된 자리였다.
행사는 먼저 판교테크노밸리의 조성과 성장 과정을 설명하는 세션으로 시작됐다. 주관 기관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판교가 단순한 오피스 집적지가 아니라, 스타트업캠퍼스와 글로벌 진출 지원 인프라, 모빌리티와 딥테크 분야의 테스트베드, 그리고 민간·공공의 투자와 보육 기능이 한 데 엮여 있는 국내 대표 혁신 클러스터라는 점을 강조했다. 발표에서는 판교가 실리콘밸리나 중국의 중관춘, 프랑스의 Station F와 비슷한 위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의 혁신 기업을 세계 시장과 연결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언급됐다.

글로벌 미디어 밋업 전경
이번 밋업에는 프랑스의 테크·라이프스타일 기반 뉴미디어인 Le Café du Geek, 대만의 ICT·반도체 전문지인 Digitimes, 그리고 아랍어권 청년층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다루는 중동 매체 Arageek이 초청됐다. 이들 매체는 그동안 CES, MWC, GITEX 같은 글로벌 전시와 한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기술·스타트업 행사를 꾸준히 취재해 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테크 기업이 가진 스토리와 산업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비교적 익숙한 매체들이었다. 주최 측은 프랑스 시장에서는 모빌리티·콘텐츠·AI가, 대만에서는 반도체·센서·공급망이, 중동에서는 스마트시티·헬스케어·AI 서비스가 주제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밋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발표는 10분 발표와 15분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무대에 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판교테크노밸리의 입주 기업 현황, 스타트업 지원 체계, 글로벌 진출 채널, 그리고 판교TV로 대표되는 홍보 인프라를 소개했다. 이를 통해 판교가 경기도의 산업 기반과 연계돼 안정적으로 혁신 기업을 배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해외 미디어와의 정례적 교류를 통해 판교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왼쪽부터) 이상성 판교테크노밸리팀 팀장, Raoul Moroder 자블리 마케팅 매니저, 이제형 스트라티오 대표
두 번째로 발표한 자블리(Jably)는 2023년 설립된 커리어 개발 테크 스타트업으로서, 국제학생과 한국 기업을 잇는 AI 기반 하이퍼 퍼스널라이즈드 SaaS 플랫폼인 ‘K-tag’를 소개했다. 자블리는 한국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불투명하다는 문제를 발견했고, 이를 데이터 기반 인증과 AI 매칭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9월에 본격 가동된 K-tag 프로젝트는 유학생의 기술·언어·프로젝트 경험을 구조화된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한국 기업에 연결함으로써 채용 과정의 마찰을 줄이고 글로벌 인재 이동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해외 미디어들은 이 서비스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시아 내 학생·청년층의 경력 이동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진 스트라티오코리아(STRATIO, INC.)의 발표에서는 판교 기업이 보유한 딥테크 역량이 부각됐다. 스트라티오는 스탠퍼드대학교 박사 출신 3인이 공동 창업한 기업으로, 게르마늄(Ge) 기반 단파 적외선(SWIR) 이미지 센서와 스펙트럼 센서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회사는 기존 InGaAs(인듐갈륨비소) 기반 센서에 비해 약 1/100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적외선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휴대용 분광기 LinkSquare, SWIR 카메라 BeyonSense를 시장에 선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자체 나노 반도체 팹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Lab-to-Fab 파운드리 서비스까지 운영하면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의 Digitimes 측은 반도체 공급망과 연계해 이 기업의 모델을 소개하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

(왼쪽부터) 조유주 알앤피티 대표, 김바울 제이엘스탠다드 과장
알앤피티(RnPT Inc.)는 외국인 환자의 언어·문화 장벽과 진료 접근성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의료·웰니스 통합 솔루션 ‘KRACE’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병원 매칭, 다국어 예약과 결제, 실시간 통역, 그리고 사후관리까지 환자 여정을 한 번에 제공하는 플랫폼을 운영해 오고 있었으며, 이미 전국 130곳 이상의 병·의원과 제휴를 맺어 안정적인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알앤피티는 단순한 의료관광 플랫폼이 아니라, 글로벌 보험 연계, AI 기반 병원 매칭 엔진, 다국어 사후관리까지 포함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게이트웨이’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권 매체는 중동 환자의 한국 의료기관 이용 수요와 연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현지 언어 지원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제이엘스탠다드(JL Standard)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기억과 감정을 콘텐츠로 연결하는 자사의 비전을 소개했다. 이 회사는 2018년 설립 이후 AI 영상 합성, 디지털휴먼, 가상인간 IP, AI 추모 콘텐츠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기반 추모·기념 영상 제작 서비스 ‘SoulLink’는 고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복원해 유가족이 다시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로, 일본과 중동, 미국의 파트너사와 협력해 서비스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서비스인 ‘LifeLink’는 디지털 행사 초대장과 기념 영상을 한 플랫폼에서 제작·공유할 수 있게 해, 감성형 AI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었다. 프랑스 측 미디어는 이 서비스가 감정과 기술을 동시에 다룬다는 점, 그리고 글로벌 문화권마다 다른 애도 방식을 어떻게 기술이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이어갔다.
이번 2025 판교 글로벌 미디어 밋업은 판교가 해외로 나가기 위해 단순히 전시회 참가나 개별 기업의 홍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판교TV를 비롯한 자체 홍보 채널과 해외 미디어를 정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를 일회성 이벤트로 두지 않고, 판교에 들어선 모빌리티, 테크, 헬스케어, AI 콘텐츠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타이밍에 맞춰 시즌제·테마형 미디어 밋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판교테크노밸리는 R(Research), P(People), I(Information), T(Trade)가 집적된 글로벌 IT· BT· CT·NT 중심의 글로벌 융복합 R&D 허브다. 기술혁신, 인력양성, 고용창출, 국제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등 국가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조성된 경기도의 대표적 혁신 클러스터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테크노밸리혁신단은 지난해 판교테크노밸리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판교 퇴근길 밋업(Pangyo Evening Meet-Up)’, ‘판판 데이(Pan-Pan Day)’, ‘판교 스타트업 투자교류회 In-Best 판교(Pangyo Startup Investment Exchange ‘In-Best Pangyo)’ 등을 매월 개최하며, 판교 기업·제품·서비스 정보를 국내외 투자자 및 미디어에 알리는 해외 홍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