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에녹 에이치오피(HOP) 대표
위기 속에서도 ‘정확한 위치’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 있다. 위치기반 자율이동 플랫폼 기술을 개발한 에이치오피(HOP, 대표 오에녹)는 소방 구조 현장의 절박한 요구를 기술로 풀어낸 기업이다.
에이치오피의 시작은 소박하지만 절실한 한마디에서 출발했다. “불타는 건물 안에서 동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구조해야 하는 게 현실이야.” 소방대원인 친구의 이 말에 공감한 창업자는 GPS가 닿지 않는 실내·지하·산악 지형에서도 사람과 장비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초소형 독립형 위치 측위 센서 ‘CereVellum’이다. 이 센서는 라이터만 한 크기로 구조복, 헬멧, 장비 등에 쉽게 부착할 수 있으며, 사전 도면 없이도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공유할 수 있다. 저전력·저비용으로 운영 가능하며, 로봇과 드론, 차량에도 장착이 가능해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 가능성이 크다.
특히 GPS 기반 솔루션이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서 CereVellum은 자율 이동이 필요한 로봇과 드론의 눈이 된다. 에이치오피는 이미 대형 건설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지하 건설 현장, 신축 건물 점검 등에서 PoC(기술 검증)를 완료했고, 실제 매출로 이어가고 있다.

제공-에이치오피
HOP의 기술은 재난 구조 외에도 에너지 산업, 물류, 보안, 광산 등 정밀 위치 데이터가 필요한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폐쇄형 공간인 석유탱크나 발전소 터빈 내부에서도 로봇이 자율 이동하며 위치 데이터를 송신할 수 있어, 인력 투입 없이도 안전한 점검이 가능하다.
해외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건축물의 노후화가 심각한 미국과 일본을 주 타깃 시장으로 설정하고, 두바이, 뉴질랜드 등과도 PoC 협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로봇·드론 기반 점검 수요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건설사, 에너지 기업, 유지관리 업체 등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에이치오피는 판교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오 대표는 “판교는 기술 스타트업에 최적화된 환경일 뿐 아니라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 네트워킹과 협업이 매우 유리한 입지”라고 설명했다.
기술력과 현장 적용성을 모두 갖춘 에이치오피의 자율 이동 플랫폼은 단순한 구조 지원 기술을 넘어, 다양한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를 앞당길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조 현장에서 출발한 이들의 기술이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산업의 안전과 효율을 높이는 해결책이 되고 있다.
제공-에이치오피
한편, 에이치오피(HOP)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테크노밸리기획팀이 운영하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팅(AC)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입주 공간 제공부터 해외 시장 진출 컨설팅, IR 피칭 훈련, 글로벌 데모데이 참가 지원 등 실질적인 성장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를 거점으로 운영되는 이번 사업을 통해, 참여 기업들은 해외 진출 전략 수립과 투자 유치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맞춤형 트레이닝과 현지 시장 진입을 위한 전문가 네트워크 연계를 통해 글로벌 확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는 R(Research), P(People), I(Information), T(Trade)가 집적된 글로벌 IT· BT· CT·NT 중심의 글로벌 융복합 R&D 허브다. 기술혁신, 인력양성, 고용창출, 국제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등 국가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조성된 경기도의 대표적 혁신 클러스터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테크노밸리혁신본부는 지난해 판교테크노밸리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판교 퇴근길 밋업(Pangyo Evening Meet-Up)’, ‘판판 데이(Pan-Pan Day)’, ‘판교 스타트업 투자교류회 In-Best 판교(Pangyo Startup Investment Exchange ‘In-Best Pangyo)’ 등을 매월 개최하며, 판교 기업·제품·서비스 정보를 국내외 투자자 및 미디어에 알리는 해외 홍보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올해도 이와 유사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며, 판교 스타트업의 성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